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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간호사 죽음은 이전부터 예고되었던, 사회적 타살입니다.



 

입사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한 신규간호사가 투신한지 열흘이 지나갔다. 고인의 죽음은 대한민국 간호사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동시에, 왜 그 현실은 바뀌지 않는가 하는 무거운 질문을 남기고 있다.

 

고인은 이브닝 근무를 가면 오후 1시에 가서 다음 날 새벽 5시에 돌아왔다고 한다. 자그마치 8시간의 초과노동이다. 그러나 간호사들에게는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이다. 작년 의료연대본부가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했던 간호사의 70.8%가 조기출근을 한다고 응답하였고, 79.6%가 연장근무를 한다고 응답하였다. 이중에서도 신규간호사의 초과노동은 특히 심각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자부심이 아니라 자책감을 느껴야 한다. 고인 역시 자신감 넘치던 표정이 나날이 우울해지고 불안해하는 모습으로 변해갔다고 한다. 위의 설문조사를 진행한 사업장들에서 최소 16.1%에서 최대 42.4%, 전체의 28%의 간호사들이 업무가 덜 익숙해서 조기출근을 한다고 응답하였다. 4명 중 1명 이상은 자신이 업무가 덜 익숙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여러 사업장에서 공통으로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것은, 오히려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이 공통적으로 조성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인력 부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는 주어진 업무시간 내에 다 완료할 수 없는 과중한 업무량이 바로 그 환경이다.

 

고인이 근무했던 부서인 중환자실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를 통해서 이미 인력 부족이 사회적으로 드러났었다. 호주나 캘리포니아에서는 중환자실 간호사 1인이 환자 2인까지만 담당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중증도가 높은 경우 간호사 2인이 환자 1인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은 중환자실에서도 간호사 1인이 평균 3~4인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해가 갈수록 환자들의 중증도가 높아지지만 간호사 배치수준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 속에서 교육기간을 고려하여 인력이 추가배치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신규간호사는 자신이 프리셉터에게 짐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육기간마저도 충분하지 않은데 신규간호사는 교육이 끝나자마자 바로 여러 명의 환자를 담당하며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많은 신규간호사들이 내가 죽을 것 같아서또는 이러다 큰일을 낼까봐사직을 선택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조만간 간호인력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 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종합대책의 핵심 내용은 간호사 인력 배치수준을 전반적으로 상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신규간호사의 부담감을 줄일 수 있는 인력배치 대책, 중환자실 인력기준 강화는 더욱 필요하다. 환자를 위해서도, 간호사를 위해서도 인력수준 향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위에 언급된 문제들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 고인에게 죄송스럽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인과 같은 고민을 안고,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을 현장의 수많은 간호사들이 있기에 더욱 무거움을 느낀다. 의료연대본부는 무급 시간외노동과 장시간 노동 근절, 신규간호사 교육제도 개선, 병원 조직문화 개선, 무엇보다도 핵심적인 간호인력 배치수준 상향을 위한 활동들을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이 간호사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하여 더 다가갈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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