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시설관리 노동자들 파업 돌입

성원개발분회, 28년 일해도 고작 128만 원 저임금 시달려와

이꽃맘 기자 iliberty@jinbo.net / 2007년10월04일 12시27분

성원개발분회, 4일 오전 9시부로 파업 돌입


서울대병원에서 시설관리를 하는 용역노동자들이 오늘(4일) 오전 9시부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노조 의료연대서울지역지부 성원개발분회는 “지난 6월 22일부터 3개월 동안 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지 않아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파업에 돌입한다”라고 밝혔다. 성원개발분회는 지난 9월 21일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접수했으며, 지난 1~3일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제적 조합원 92명 중 92명이 투표에 참여해 90%(83명)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한 바 있다.


저임금에, 작업복도 세탁기도 없는 열악한 노동조건


분회에 따르면 성원개발에서 일하던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그동안 저임금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동안 근속을 해도 월 120만 원에 그쳤으며, 28년을 일한 노동자도 고작 124만 원을 받아왔다. 그런데 사측은 신규인원에 대해서는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 낮은 임금으로 신규인원이 확보되지 않자 이뤄진 조치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일한 노동자에 대한 임금 인상은 없는 상황이다.


유행선 의료연대서울지역지부 사무국장은 “실질적인 임금인상이나 장기근속 수당 등은 하지 않고 있으면서, 신규인원에 대해 시장성을 반영해 높은 임금을 주면서 원래 일하던 노동자들이 실질임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한 임금명세표에서 각종 수당을 통합해 지급하면서 실제로 수당을 제외한 임금이 얼마가 되는지도 노동자들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명세표에서 각종 수당 명목을 따로 명시할 것과 임금 15만 3천원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건도 열악하다. 분회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안전화, 작업복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작업환경 측정도 제대로 되지 않아 난청이 생기고 오폐수를 관리하는 환경에서는 작업복 세탁을 위한 세탁기조차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측은 올해 정기휴가도 없앴다.


이 뿐 아니라 사측이 노동청에 ‘단속업무’ 승인 신청을 하고 근무형태를 변경하려 해 문제가 되고 있다. 분회에 따르면 ‘단속업무’로 승인이 되면 최저임금 및 연장근무 수당 등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강도 강화와 임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분회는 이전의 노조가 사측과 한 ‘단속업무 승인 노사합의’를 폐기할 것과 근무형태변경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원청인 서울대병원에 책임있다”


이에 의료연대서울지역지부는 “성원개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라는 이중의 꼬리표로 저임금에 혹사당해야 했으며, 사측관리자로부터의 수모와 멸시를 감내해야 했다”라며 “의료기관서비스평가 최우수병원임을 자랑하는 국립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삶은 화려한 서울대병원의 명성과는 달리 너무나 대조를 이루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성원개발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무조건 개선의 근본적인 책임은 원청인 서울대병원에 있다”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파업에 돌입한 성원개발분회 조합원들은 앞으로 매일 오전 파업출정식을 열고 싸움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