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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 또 다른 세상

쌍용차 노동자들, 도장 2공장 첫날

 

2009-08-06 12시08분 특별취재팀

5일 오전 9시, 파업 노동자들이 도장 2공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같은 시간, 조립 3,4팀 옥상에서 추락한 노동자가 오지 않는 구급차를 기다리며 길가에 쓰러져 있고, 평택공장 곳곳에서는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옥쇄파업 76일째 되던 날 그렇게 쌍용차 평택공장은 다시 한 번 전쟁 같은 하루를 치렀다.

막다른 길목

파업 노동자들이 마지막 저항의 장소로 지목했던 도장 2공장으로 집결하면서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는 막다른 길목까지 왔다. 이 날 경찰과 사측의 진입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이 후 또 다시 충돌이 벌어질 경우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대한 미로와 같은 도장 2공장에는 화재와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파업 노동자들의 안전까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도장 2공장은 8000리터 이상의 인화물질이 있고, 미로처럼 꼬인 공장 내부가 현재 전기차단으로 어둡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조 역시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싸움과 어려운 환경으로 지쳐있는 노동자들이 한 건물 안에 갇혀있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을 못하는 상황에 있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라면이냐


오후들어 충돌이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한 노동자가 상처를 자가치료하고 있다.

경찰과 사측의 진입에 맞선 싸움은 새벽부터 아침도 거른 채 벌어졌고, 도장 2공장으로 몰린 노동자들은 저녁이 되어서야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도장2공장에 들어왔지만 노동자들의 생활에 바뀐 건 별로 없어 보인다. 공장바닥에서 자는 것도 부족한 물품들이 여전히 부족한 것도… 모두, 지금껏 70여 일을 버텨온 그들에게는 대수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밥을 할 수 없게 돼버린 노동자들은 저녁으로 컵라면을 하나씩 받아들었다. 그런데 라면이 노동자들에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야~ 이게 얼마 만에 먹어보는 라면이냐!”며, “어휴~ 밥도 밥 나름이지 주먹밥은 아주 질리도록 먹었다”는 대답을 듣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어쩔까. ‘이젠 컵라면이 질리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들이 노동자들 사이에 오간다.

저렇게 행복해 할 수가


쌍용차 평택공장 안에서는 날이 갈수록 유난히 땅을 쳐다보며 걷는 노동자들이 부쩍 늘었다. “꽁초를 모아 담배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노동자는 성공했다며 신나게 뛰어가고, 그를 지켜보던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아~ 저렇게 행복해 할 수가”있느냐며, 한 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올해 55세라는 한 노동자도 내 평생 담배 필터까지 피워보기는 처음이라며 진저리를 쳤다. “복직투쟁 하다가 정년 맞겠다. 뭐 그래도 집에도 가고 소주도 한 잔 하면서 복직투쟁 하라면 정년을 넘겨도 좋겠는데… 아휴~”

이런 상황을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교섭결렬과 연이은 경찰과 사측의 강제해산 이후로 많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발길을 돌렸고, 남은 노동자들도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 졌다.

섭섭하지만, 붙잡을 수 없다

덥고 어두운 건물 내부를 피해 옥상으로 올라온 노동자들에게서 함께 있다가 밖으로 발길을 돌린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70일을 넘게 버텼다. 그들도 할 만큼 다 한거다. ‘더 해보자’고 말은 한 번 건넸지만, 고민 끝에 어려운 결정을 했는데 차마 붙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노동자는 “제가 함께 했던 사람들 중에 30%가 ‘산 자’였다. 그 친구들이 70여 일 넘게 함께 있다가 나갔다”며 “그 친구들 진짜 수고 많았다”고 그동안 함께 해준 것을 고마워했다. 지금도 밖에 있는 동료들의 전화와 문자가 계속 온다고 했다.
인터뷰 중에 걸려온 전화도 바로 그 전화였다. “헬기로 담배 좀 보내라니까, 뭐 하고 있어”라는 장난어린 타박에 밖의 동료가 “미안하다. 제발 다치지만 말아라. 그러면 그동안 뛰어다니느라 고생 많았는데 발 마사지라도 해주겠다”고 화답했다.”

올 봄에는 놀이동산에 같이 갔었는데


먼저 공장을 나간 동료들이 파업 노동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한 노동자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가족사진을 싱글벙글 한 참을 들여다보는 노동자도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들과 올 봄에는 놀이동산에도 같이 갔었는데, 한참 클 때라 못 본 사이 많이 컸다”며 아내가 전화기로 보내준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76일을 힘겹게 버텨왔는데 지금 포기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며 가족사진이 담긴 전화기만 애써 부여잡았다.

그날 밤, 도장 2공장 옥상에는 그렇게 가족과 통화하는 사람들, 동료들과 오늘 있었던 충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멀쩡한 평택 시내 야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발길이 밤 늦도록 끊이지 않았다.

쌍용차 평택공장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너무나 다른 세상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울타리 밖의 세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울타리 안에서는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그 안의 노동자들에겐 무심히 돌아가는 울타리 밖 세상이 야속할 수도 있으리라.

이제 정말 마지막 길목까지 와버렸다는 느낌일까,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조용하다. 그렇게 도장공장 옥상위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노동자들의 머리위로 은근한 달빛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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