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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소식

‘노인장기요양법’ 시행령·시행규칙 수정하고
제대로 된 장기요양보장제도 마련하라!
- 국가와 지자체 책임 명시하고 요양서비스 공공성 강화! 간병노동자의 노동권 확보!


보건복지부는 6월 8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는 지난 4월 2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08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제도의 구체적 사안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국회에서 통과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적용 대상의 포괄성, 제도의 공공성, 서비스 제공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심히 우려스러운 수준임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현 제도는 적용 대상에서 장애인을 제외했을 뿐더러 노인 인구 중 극히 일부만을 포함하였다. 서비스 이용시 본인부담률은 15-20% 수준으로 서비스 이용에 대한 경제적 장벽이 해소되지 않았다. 서비스를 제공할 시설 및 인력 등 인프라를 공공적인 방식으로 확충하여 근원적으로 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계획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서비스를 제공할 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한 고려가 없음은 물론이다. 이와 같은 상태로 제도가 시행될 때 나타날 결과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서비스가 필요한 대다수의 노인과 장애인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적용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공공적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질이 담보되지 못한 민간 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여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고 서비스를 상업화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장 피해를 받게 될 계층은 빈곤층이다. 이는 빈곤층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착취당할 것이다. 그것은 또한 곧바로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져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모법이 이러한데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긍정적일 리 만무하겠지만, 이번에 입법예고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법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08년 7월 제도 시행을 앞두고 1차적으로 만든 것이고, 정부는 2차적인 보완을 할 계획이라고 하니, 그것이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은 논외로 하겠다. 그렇지만 이것에 포함된 시설과 인력에 대한 기준은 서비스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노동자의 노동권을 무시한 안이다. 이 안대로 제도가 시행되면 질도 담보되지 않은 기관이 난립하게 될 것이고, 그 기관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형태로 노동을 착취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재가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주체를 개인까지 확장하고 신고만으로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여 어중이떠중이 아무나 다 요양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되면 마음만 먹으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다 요양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 우리는 미인가 사회복지시설의 예를 통해 최소한의 질도 담보되지 않은 기관에서 제공되는 사회서비스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알고 있다. 둘째, 시설의 인력 기준이 턱없이 낮다. 관리자와 서비스 제공 노동자를 포함하여 3-4인만 있으면 시설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되면 영세 기관이 난립하게 될 것인데 영세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착취는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궁금하다. 셋째, 요양 기관의 서비스 질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빠져있다. 기관을 설립하면 서비스 질은 어떻든 특별히 사회 문제가 될 만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 기관은 계속 기관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역시 질이 떨어지는 기관들이 버젓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비스 질이야 어떻든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것이고, 서비스 질 개선을 시장 기제에 맡기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공공적 사회서비스의 질 관리를 시장에 맡길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교과서적인 이야기이다. 기관은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을 빼앗고, 돈벌이가 되는 온갖 비급여 서비스를 개발하여 수급자를 등쳐먹게 될 것이며, 그 와중에 정작 중요한 필수 서비스의 질은 저하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이러한 상태로 시행되어서는 안된다. 시설의 설립 요건 및 인력 기준이 강화되어야 하고, 서비스 질 관리가 되어야 하며, 서비스 공급에 대한 공공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요양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이는 법인 이상이어야 한다. 둘째, 요양기관 설립은 허가 사항이어야 한다. 셋째, 요양 기관 설립을 위한 최소 인력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어야 한다. 넷째, 인력 기준에 정규직 고용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다섯째, 정기적으로 전체 기관의 서비스 질을 평가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질 관리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여섯째, 요양기관 지정 취소시 재신고 제한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 일곱째,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는 공공 서비스 기관 설립을 강제하는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여덟째,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 장기요양심사위원회, 장기요양심판위원회 등 모든 위원회에 가입자 추천 전문가가 참여하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관련된 모든 위원회에 가입자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포함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것은 장기요양요원의 교육, 인증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이는 인력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사항이다. 더불어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간병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규정도 인력의 질과 더불어 기존 간병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영리기관 등 공공성을 담보한 기관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사교육 시장의 창출로 필요 없는 사회적 지출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자격 인증이 인력 수요와 탄력적으로 조응되도록 하여 사회적 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비현실적으로 진입 장벽을 높게 하여 기존 간병 노동자의 진입이 어렵도록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입법예고된 시행령에 의하면 장기요양요원 중 방문요양, 방문목욕의 장기요양요원은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노인복지법상의 요양보호사 1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인복지법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이 요양보호사의 교육, 인증 시스템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으나, 보건복지부는 이들의 교육을 사설 교육기관에 맡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간병 노동자 중 14,000여명 정도만을 인정할 계획으로 밝히고 있는데, 이는 현재 병원, 노인요양시설 등에서 일하고 있는 간병 노동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현재 간병 노동을 하고 있는 이들 중 극히 일부만을 요양보호사로 인정하여 제도로 흡수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계획은 위에서 말한 원칙에 모두 어긋나는 것이다.

상황은 심각하다. 정부는 모법에 이어 시행령,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것은 요양서비스의 질은 아랑곳없이 서비스 공급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착취를 당하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정부에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수단은 우리의 투쟁뿐임을 우리는 안다. 정부의 요양서비스 시장화 의도가 이와 같이 명확해진 상태에서 더 이상 타협이나 물러설 곳은 없다. 우리는 요양서비스의 공공성 확보와 간병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더욱 결연히 투쟁할 것이다.


2007년 6월 8일
간병노동자 노동권 확보와 사회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다함께, 민주노동당 종로지구당, 사회진보연대, 공공서비스노조, 공공서비스노조 의료연대분과, 공공서비스노조 서울대병원 간병인분회, 병원노동자희망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백혈병환우회, 민주노총 서울본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공부문 비정규노조연대회의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노동자의힘,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동자연대,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복지연대,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위례복지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여성공감,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실직노숙인종교시민단체협의회, 전국학생행진,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피노키오자립생활센터,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한국자활후견기관노동조합,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향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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