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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매일노동뉴스 2017.05.24 

http://m.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428

지난해 5월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에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았다. 구의역 김군으로 알려진 청년의 가방에는 컵라면과 나무젓가락이 들어 있었다. 끼니까지 거르고 일하면서도 처우는 형편없는 하청노동자 처지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구의역 사고 1주기를 맞아 공공운수노조가 22일부터 27일까지를 생명안전주간으로 정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한 궤도·의료·집배·화물 노동자의 글을 보내왔다. 5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1년 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한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안전장치 하나 없이 시간에 쫓기며 일했던 청년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보며 사회 이곳저곳에서 애도와 지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후 여러 사고와 죽음이 주목받았지만, 오늘 죽을지도 모르는 일터에 나가야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2년 전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것이 있었다. 두 달 동안 186명 확진판정, 38명 사망, 격리된 인원만 1만6천693명이었던 국가적 재난사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바로 그것이다. 그때도 그랬다. 마스크 하나 지급받지 못하고 안전교육 한 번 듣지 못한 하청노동자들은 감염위험에 내몰린 채 일해야 했고 끝내 감염됐다. 2년이 지난 지금, 병원 하청노동자들은 일하는 하루하루가 두렵다고 토로한다.

올해 3월31일 의료연대본부와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 공동주최로 열린 병원비정규 노동자 집담회에서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마스크를 주지도 않으면서 마스크를 쓰라고 한다.”

“감염병동 환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불안하다. 어떤 질환인지 뭘 조심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청소노동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있어도 되는 건가 싶다.”

“얼마 전에도 에이즈 주삿바늘에 찔리는 사고가 있었다. 마포걸레를 빠는 과정에서 주삿바늘에 찔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병원 하청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다. 병원이 청결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수도 없이 쓸고 닦으며,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병원 시설을 정비한다. 환자들이 적시에 수술과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들을 이송하고, 빠르게 쾌유될 수 있도록 환자들이 먹는 식사를 짜여진 식단에 맞춰 조리하고 급식한다. 환자들이 병원에 와서 건강을 되찾는 데에는 이들의 노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병원노동자가 건강해야 환자들도 건강할 수 있다. 병원노동자들은 시시때때로 환자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 환자를 대면하는 업무인 경우 하루에 수십 명의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만나게 된다. 직접 대면하는 일이 아니라도 옷가지나 병실 물건 등 모든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메르스 사태 때 확인했듯이 심지어 공기에도 위험요소가 잠재해 있다. 메르스 사태 때 병원 하청노동자가 감염원이 돼 메르스가 더욱 확산됐던 것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의료연대본부는 병원업무 외주화를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병원업무를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로 가르며 외주화한 결과 하나의 통일된 예방체계를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병원 내 감염문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려면 모든 노동자들이 병원의 직접관리 아래 위치해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생명안전업무에 있어서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들의 노동을 지키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크레인 사고로 6명의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주말 3명의 인천공항 하청노동자들이 감전을 당해 입원 중이다. 노동자들의 죽음과 사고로 현실을 깨닫는 것은 이제 충분하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지켜지는 때가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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