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①간병노동자 산재보험,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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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①간병노동자 산재보험, 지금 당장!

관리자 2026-10-21 조회수 7

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597


글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참여와혁신
  • 입력 2026.10.07 07:00
  • 댓글 0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산재보험의 적용 범위를 넓혀온 과정

한국의 산재보험은 1964년 7월에 시행됐다. 1960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군사정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국가 재건 최고회의에서 제안한 사회 보장 제도였다. 보여주기와 시혜성 정책이었던 터라 500인 이상 광업과 제조업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그 이후 산재보험에 대한 투쟁의 역사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넓히는 투쟁’이었다.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기업의 규모와 업종이 더 넓어졌고 2018년 모든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이 적용됐다. 하지만 IMF 경제위기 때부터 확산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됐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2008년부터 산재보험 적용이 시작됐고, 해마다 적용 업종이 늘어났다. 2023년에는 ‘전속성’ 요건을 폐지했고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노무제공자’라는 이름으로 산재보험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일하는 노동자 모두를 산재보험에 적용하기 위해서 도입한 ‘노무제공자’가 또 다른 잣대가 돼 권리를 나누거나 배제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노동자는 산재보험이 전면 적용되고 비용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그런데 노무제공자는 산재보험료를 노동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한다. 권리에 위계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어떤 노동자는 노무제공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간병노동자가 대표적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무제공자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사람”으로 정의하는데, 간병인은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간병노동자들에게는 산재보험이 매우 절실하다

간병노동자가 일하는 환경은 건강에 해롭다. 병원의 다인실은 공간이 좁아서 환자를 부축하고 이동할 때 넘어지거나 부딪치기 쉽다. 감염의 위험도 매우 크다. 환자 이동이나 체위 변경 때 몸에 무리가 가서 근골격계 질환도 많다.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언어·신체 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간병인의 노동 조건도 간병인의 건강을 훼손한다. 격일제 24시간 근무 등 초장시간 노동은 피로를 누적시킨다. 환자 옆의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다가 무슨 소리만 들려도 깬다. 간병인을 위한 별도의 휴게공간이 없거나, 있다더라도 사용하기 어렵다. 세안과 샤워 등을 위해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눈치를 봐야 한다. 화장실도 최대한 빠르게 다녀와야 한다. 별도의 식사 공단이 없어 환자들과 함께 서둘러 식사를 해결해야 하고 마스크나 장갑 등 기본적인 보호구도 충분히 지급되지 않거나 개인이 부담한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니 다치거나 아플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하다가 다치는 경우 간병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아파도 참고 일하는 이들이 많다. 산재보험 제도는 위험을 노동자 개인이 책임지게 하지 않고, 노동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지만 현실에서는 가장 위험에 취약한 노동자들이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 취약할수록 권리에서 배제되는 지금의 산재보험 구조는 정의롭지 않다.

지난 9월 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간병노동자산재보험적용대책회의와 문화예술노동연대가 ‘간병, 예술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공동대응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김다윗 기자 dwkim@laborplus.co.kr
지난 9월 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간병노동자산재보험적용대책회의와 문화예술노동연대가 ‘간병, 예술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공동대응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김다윗 기자 dwkim@laborplus.co.kr

간병인의 산재보험, 정부와 병원이 책임져야 한다

간병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사적 계약’이고 사용자가 불분명해서 산재보험 적용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간병노동자의 사용자성이 불분명한 것일까? 

간병노동자는 병원에 없어서는 안 될 인력이다. 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식사와 투약 보조, 위생·청결 관리, 이동·체위 변경, 상태 관찰과 보고는 병원이 담당해야 한다. 그런데 이 업무는 모두 간병인에게 맡겨져 있다. 그러니 간병노동자의 배치, 기록, 업무 수행을 병원이 관리·감독하게 된다. 간병노동자 개인별로 출입증을 발급하고, 간병인에게 근무 시간 기록부와 업무 기록지 작성을 요구해 간호사의 지시와 수행 확인을 문서로 남기게 한다. 병원이 간병료를 결정해 게시하고 간병노동자에게 감염, 낙상, 개인정보 보호 등에 관한 교육을 한다. 환자가 민원을 넣으면 간병인을 교체하도록 권고하는 등 사실상 징계도 한다. 

감염에 대한 관리나 환자의 상태 보고 등의 업무는 병원과 연결돼 있으므로 병원은 간병인을 관리·감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도 2026년 ‘병원급 의료기관의 간병서비스 제공 표준지침’을 마련해 병원 간병서비스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한 것 아니겠는가. 이 지침은 의료기관장이 간병서비스 운영을 총괄하는 주체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고 서비스 제공자의 요건 및 교육, 서비스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다. 일하다 아프고 다치면 치료받고 보상받아야 한다는 상식이 병원에서도 지켜지기를 바란다. 간병인 산재보험 적용, 시간 끌 이유가 없다. 빠르게 간병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간병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주체인 병원이 산재보험료를 내게 하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아프고 다쳐도 산재가 되지 않는 노동, 간병노동자에게도 산재보험을’ 릴레이 기고는 매주 수요일 4회 게재될 예정이다.